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랫동안 이어진 좌익 정권에 실망한 브라질 국민들은 치안이 개선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한 극우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바로 브라질 원주민들이 점점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말이죠.
보우소나루는 취임한 이후 아마존 열대 우림의 훼손에 앞장서는가 하면, 코로나19에 대해 말도 안 될 정도로 무능한 대응을 보여주며 진보 및 중도 유권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샀습니다. 때마침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던 룰라 다 시우바 前 대통령이 2021년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고, 그는 反 보우소나루 표심을 끌어모으며 2022년 브라질 대선에 뛰어들었습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임한 룰라 다 시우바.
재선에 도전하는 보우소나루와 맞붙게 된 룰라는 대통령 재임 시기의 고평가에 힘입어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상 우세를 점했습니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이 35% 내외에서 정체된 데 반해, 룰라는 45% 전후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이 확실시되었죠. 본래 브라질 대선은 예선 투표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후보 둘이 결선으로 진출하는 구조이지만, 이러한 룰라의 높은 지지율 덕분에 일각에서는 룰라가 예선에서 과반의 득표를 하여 결선 없이 바로 당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룰라의 1위는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과반 득표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기울어진 가운데 2022년 10월 2일 브라질 대선 예선 투표가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예선 결과.
룰라 다 시우바 48.43%, 자이르 보우소나루 43.20%로 두 후보의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되었습니다. 룰라가 예상대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과반 득표가 좌절됨은 물론, 보우소나루가 여론조사에 비해 훨씬 선전한 것입니다. 위기감을 느끼며 선거 불복까지 거론하던 보우소나루는 크게 고무되었고, 기대에 차 있던 룰라와 지지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죠.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막판 중도우파의 결집, 그리고 중산층과 부유층의 계급 투표입니다. 그들에게 강경한 보우소나루는 그다지 달가운 후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룰라가 당선되어 빈곤층을 우선시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실시하는 것보다는 나았죠. 그렇기에 이들은 샤이 보수... 아니 '샤이 보우'가 되어 보우소나루에게 한 표를 준 것입니다. 실제로 브라질 내에서 평균 소득이 높은 축에 속하는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남동부 지역은 당초 경합으로 예측되었으나, 중산층의 결집에 힘입어 보우소나루가 대승을 거뒀죠.
토론회에 참여 중인 룰라와 보우소나루.
룰라와 보우소나루 간의 결선 투표는 10월 30일에 치러집니다. 예선에서 3위, 4위를 거둔 두 후보가 모두 룰라를 지지한 덕분에 여전히 룰라가 여론조사 상으로 앞서고 있긴 하나, 룰라 50% - 보우소나루 45% 정도로 격차가 확연히 좁혀졌죠. 더 이상 룰라의 당선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최근 여론조사 동향 분석, 그리고 결선 투표 결과 예측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또 봐요!
+ 대부분의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이 룰라의 우세를 과대평가하긴 했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선 투표 당시 격차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도 있었고, 심지어 일부는 보우소나루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