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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룰라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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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거외전 2022. 11. 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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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최초로 3선에 성공한 룰라.

이전 게시글의 시나리오 2가 실현되었습니다. 2022년 10월 30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現 대통령을 꺾고 노동자당의 룰라 다 시우바 당선된 것입니다. 개표 초반 보우소나루의 우세 지역인 남부의 개표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동안 보우소나루가 앞서기도 했지만, 이내 룰라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북동부 지역의 표가 집계되자 격차가 점차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개표율 70% 시점에서 룰라가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룰라는 격차를 더욱 벌리며 룰라 다 시우바 50.9%, 자이르 보우소나루 49.1%로 당선을 확정지었죠.

룰라는 이번 선거를 통해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 가장 작은 격차로 당선된 대통령, 최초로 퇴임 후 재도전하여 다시 당선된 대통령, 최고령으로 당선된 대통령 등 여러 기록을 얻었습니다.

보우소나루 역시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재선 도전에 실패한 대통령, 결선에서 예선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낙선한 대통령, 가장 작은 격차로 낙선한 대통령 후보 등 그다지 명예롭지 않은 기록을 얻었고요.

 

2022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 결과.

비록 낙선하긴 했으나, 보우소나루는 예선에 이어 이번에도 상당히 선전했습니다. 룰라의 득표수는 예선 당시보다 300만 표 정도 늘어났으나, 보우소나루는 무려 700만 표 가량을 더 얻으며 룰라와 1.8%p 차이로 접전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예선에서 탈락한 우파 후보들의 표뿐만 아니라, 일부 좌파 후보들의 표까지 끌어모은 덕분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예선 직전까지만 해도 결선 여론조사에서 40% 내외를 전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감격스럽기 그지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선의 투표율이 예선에 비해 불과 0.36%p (79.05%->79.41%) 높아진 데서 알 수 있듯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더욱 대규모로 결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결국 보우소나루의 선전이 당선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낙선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보우소나루가 패배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 불복 시위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호응하듯이 결선 직후 보우소나루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칩거에 들어간 데다, 가뜩이나 선거 불복을 암시하는 발언을 반복한 전력까지 있어서 보우소나루가 친위 쿠데타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제기되기도 했죠.

그러나 다행히도 11월 1일, 보우소나루가 패배를 인정하고 권력 이양을 승인하면서 이러한 추측은 잦아들었습니다. 룰라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으며 여전히 분노한 상태임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선거 불복과 같은 무리한 행보는 시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후 보우소나루는 자유당 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계속 자유당에 남을 것이며, 마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前 대통령처럼 야당의 고문 겸 지도자 역할을 맡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 추측으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본인의 지지율이 아직도 높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4년 후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룰라의 세 번째 임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작됩니다. 대선에서는 룰라가 승리했지만 동시에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는 자유당을 위시한 우파가 승리를 거둔 만큼, 향후 룰라가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하려면 좌파에서 중도우파까지 포괄하는 협치가 필수적일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 및 그에 대한 분석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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